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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DARK SIDES OF BEAUTY

제이스요가 2009. 8. 3. 14:39

7 DARK SIDES OF BEAUTY

시몬느 베이유는 이렇게 말했다. “아름다움은 우리의 평상심을 깨뜨린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의 감각을 지배하고, 우리의 의지를 통제하며, 우리의 자유를 박탈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움을 향한 광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아름다움에 대한 서로 다른 집착으로 ‘요가학원’에 간 일곱 명의 여배우를 만나봤다.

 

요가 예찬론자, 유진

여자들이 아침마다 긴 시간을 들여 몸을 죄는 의식을 거행하던 시대가 있었다. 여자들의 몸을 옥죄던 그 코르셋은 이제 사라졌지만, 영화 <요가학원>의 유진은 마치 코르셋을 입던 시절의 아름다움을 향한 여자들의 강박을 표현하는 듯 슬프게 일그러진 포즈와 표정으로 한동안 포토그래퍼 이건호의 카메라를 압도했다.
“저희 영화 테마가 아름다움을 향한 여자들의 광기가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영화거든요.” 하기사 인류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일을 단 한 번도 멈춰본 적이 없지만 요즘처럼 미적 광기의 대중화가 전 계층을 지배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맞아요. 요즘은 연예인뿐만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조차 아름다운 외모를 위한 자기 관리에 모두들 열심이죠. 때로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유진은 그런 현상이 때로는 자신을 불편하게 한다고 했다. “평소의 저는 되게 털털한 스타일인데 그런 저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결코 곱지 않거든요. 얼마 전에 동대문에 쇼핑 갔을 때도 어떤 상인 한 분이 한마디 하시는 거예요. ‘어머, 연예인이 왜 이렇게 평범하게 하고 다녀?’ 하고.”
다행히도 유진은 몰입력이 좋은 제법 탄탄한 연기력의 여배우로 발돋움한 초대 아이돌 스타답게 스스로를 방어하는 법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신경 쓰지 않는 편이에요. 그런 것에 예민해지면 제가 피곤해지죠.” 대신 요가만큼은 지난 5년 동안 꾸준히 해왔다며 요가 예찬론을 펼친다.
“요가 붐이 일기 시작한 초창기부터 했는데 저랑 잘 맞는 운동이라 꾸준히 해왔어요. 저도 나잇살을 느끼며 운동할 수밖에 없는 나이가 됐는데 요가를 하면 몸의 라인이 확실히 예뻐지고 발그레하게 혈색도 좋아지죠. 바로 그 맛에 해요.” <요가학원>의 여주인공다운 말이다.

 

가장 이상적인 미인, 이영진

패션지 기자라면 누구나 이영진에 대해서 안다. 모델로서 이영진의 독특한 아우라와 그녀의 걸쭉한 입담에 관해서라면 더욱더. 하지만 대부분이 이영진의 지성에 대해선 전혀 몰랐을 거다. 나처럼.(사실은 관심도 없었지만.) 그 때문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요가학원>을 얘기하며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에 빗대어 말할 수 있는 그 지성에.
“미시마 유키오가 절대적인 미에 대한 증오심을 담아 <금각사>를 썼잖아요. 미를 소유하고 통제하고 궁극적으로 미와 일체감을 느끼고 싶어하는 주인공이 결국 그 미의 상징인 금각사를 파멸시킨다는 내용인데 스물세 살 때 그걸 읽고 되게 놀랐어요. 아름다움에 대한 탐욕이 이렇게 공포스러울 수 있구나, 하고.” 더 놀라운 건 육체적 아름다움의 우월성을 주장하며 보디빌딩에 심취했던 미시마 유키오가 결국 45세에 일본 군국주의 부활을 외치며 활복했다는 거다. “
<요가학원>에서의 제 캐릭터가 말하자면 금각사인 거죠. 어떤 절대적인 미의 기준 같은. (그럼, 결국 죽임을 당하겠군요?) 아, 예 그건 비밀이라….” 그런데 재미있는 건 실제의 이영진은 외모에 관한 한 ‘콤플렉스 덩어리’라는 거다. “해골처럼 마른 얼굴에 코는 삐뚤어져 있고, 눈도 짝짝이고, 솟은 어깨에, 골반은 되게 넓고….” 다행히 모델 일을 하면서 그런 단점을 장점으로 부각시키는 방법을 배웠고, 연기를 하면서는 그런 불완전한 얼굴이 배우로는 팔색조처럼 많은 변형이 가능한 얼굴이라는 걸 알게 됐다며 웃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처럼 관리하지 않는 모델도 없을 거예요.” 대신 어릴 때 꿈이 작가였다는 이영진은 지금도 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목마름이 크다고 했다.
“지금도 글을 써요. 얼마 전에 두 달 동안 부산을 여행하면서 글을 썼고요.” 출판 계획 없이도, 아무런 상업적 목적 없이도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모델이나 배우가 세상에서 몇이나 될까? 그녀의 얘기를 들으며 나는 플라톤이 <향연>에서 말한 아름다움의 가장 높은 계단(지성의 아름다움, 그리고 아름다움 그 자체를 아는 아름다움)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16kg을 감량한 독종, 김혜나

아름다움에 관한 한 이제 인간은 창조물이 아닌 조물주가 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성형수술과 다이어트를 통해, 패션과 미용을 통해 타고난 신체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여자들은 이제 자신의 몸을 이용한 하나의 종합예술 작품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고 할까? 개성 있는 외모와 힘 있는 연기로 ‘저예산 영화 퀸’으로 자리매김한 김혜나의 변신이 그렇다. 지난해 혼자 고군분투하여 10kg을 빼고, 다시 <요가학원>에 투입되어 6kg을 뺀 김혜나에게 말라깽이 같은 몸을 극단적으로 부각시킬 수 있는 옷과 부츠를 입히고, 눈을 가릴 만큼 앞머리를 길게 연출하고 보니 어느 패션 브랜드의 새로운 광고 모델처럼 보였다. “<요가학원>에서의 변신도 무척이나 드라마틱해요. 성형수술 실패로 코가 삐뚤어진, 그래서 엄청나게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이혼녀 캐릭터라 살을 뺄 수밖에 없었어요. 게다가 특수 분장으로 삐뚤어진 코까지 달고 나오니 예전의 김혜나와는 완전 딴판이죠. 2~3mm의 차이로 전혀 다른 이미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마치 ‘날로 먹은 듯’한 연기를 할 수 있었어요.(웃음)” 때로는 너무 솔직해서 문제인 김혜나는 <요가학원>의 여자들처럼 자신의 외모에 만족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일단 너무 까맣잖아요. 그 때문에 20년 동안 화이트닝 제품만 써왔는데, 아직도 이 얼굴로는 멜로가 어렵다는 얘기를 듣고 있으니, 만족할 수가 없죠.” 그럼에도 불구 그녀에게는 그녀만의 색깔이 있고, 누구보다 김혜나가 잘할 수 있는 역할이라는 게 있었다. <꽃섬>, <거울 속으로>, <역전의 명수>, <레드 아이> 같은 영화에서 보여준 힘 있고 감칠맛 나는 연기는 확실히 김혜나만의 것이었다. 하지만 김혜나는 더 이상 독립영화 전문 배우, 혹은 저예산의 퀸으로만 남아 있고 싶지 않다고 했다.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싶어요.” 연기에 대한 그 끝도 없는 욕심과 갈증 때문에도 아름다움을 향한 광기와 강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고 김혜나는 고백한다.


신비의 나르키소스, 차수연

차수연의 저 신비로운 우아함의 광휘는 어디서 유례하는 것일까? 옛날 그리스 항아리처럼 어딘지 숭고함마저 느껴지는 저 오묘한 분위기 말이다. 그 특유의 독특한 매력으로 차수연은 그동안 <별빛 속으로>의 신비로운 여고생을 연기했고, <개와 늑대의 시간>에서는 도발적인 정부 역할을 인상적으로 소화했으며, <아름답다>에서는 아름다운 죄로 강간 당하는 여자를 열연하여 베를린 영화제까지 갔다. 그리고 베를린 현지에서 쌍꺼풀 없는 동양 여자의 신비로운 아름다움에 대한 격찬을 끌어냈었다.
<요가학원>에서조차 그녀가 맡은 역할은 차갑지만 신비롭고 묘한 매력을 가진 요가 마스터 ‘나니’.
도대체 그 신비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차수연에게서요.” 그 답변이 너무도 거두절미하여 나는 순간 당황하고 말았다. 그러자 그녀가 덧붙였다. “이런저런 캐릭터들을 연기하면서 그 캐릭터의 어떤 뉘앙스라든가 분위기가 제 몸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차수연이라는 여자가 조금씩 바뀌게 된 것 같아요. 이번에도 요가를 하면서, 나니를 연기하면서 예전의 차수연과는 좀 다른 사람이 됐어요. 우아하게 몸을 움직이는 방법을 배웠고, 그에 맞게 말투를 바꿨어요. 영화의 성패와 관계없이 보다 차수연스러운 것들을 찾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전 이미 이 영화가 너무도 만족스러워요.”
자신의 아름다움을 감지하고 즐길 수 있는 여자는 항상 새로운 자신을 만들어내고 그렇게 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다. 차수연이 바로 그런 여자였다. 누구에게도 해가 되지 않는 약간의 나르시시즘을 담보로 한 태연함이랄까, 그 특유의 우아함의 광휘는 바로 거기서 나오는 것 같았다. 그리고 자신만의 남다른 열정을 차수연처럼 은연 중에 흘릴 수 있다면 가히 마스터급이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이렇게 말하는 거다. “전 <레슬러>처럼 한 남자의 인생이 다 농축된 영화가 좋아요. 아, 그리고 뱅상 카셀이라는 배우를 좋아해요. 그와 함께 할 수 있는 영화라면 전부 다 던질 수 있을 것 같아요.”

 

가식 없 는 미인, 박한별

아름다움은 언제 어디서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때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통로로. 박한별의 예가 그렇다. 그녀는 중2 때 친구들이 우연히 인터넷에 올린 학생증 사진이 발단이 되어 하루아침에 ‘얼짱 신드롬’을 일으키며 연예계에 데뷔한 케이스다. 그러나 <요가학원>에서 그녀가 맡은 한물간 아이돌 스타처럼 그녀도 한때 씁쓸한 추락을 맛보았다.
“그 얼짱 신드롬에 함정이 있더라구요.(웃음) 얼굴만 예쁘면 뭐해? 연기가 안 되는데, 느낌이 없는데, 같은 소리를 참 많이 들었어요. 그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고 한때는 엄청난 딜레마에 빠지기도 했고요.” 나는 짐짓 깜짝 놀라는 척하며 묻는다. “사람들이 당사자 앞에서 그런 말들을 서슴없이 하나요?” “그럼요. 이 동네가 얼마나 잔인한 곳인데요.”
예쁜 얼굴은 예외 없이 우리 모두를 끌어당긴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하지만 그 아름다움이 우리에게 권력을 행사하는 순간, 우리도 모르게 그 가치를 떨어뜨리려고 하는 충동을 작동시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외모가 예쁜 사람들은 내면이 형편없다는 둥, 아마 머리가 비었을 거라는 둥의 온갖 미성숙한 편견을 가동시키며.
“공부를 안 한 건 사실이지만 머리가 나쁘지는 않아요.(웃음) 성격이 형편없지도 않고요. 사실 전 좀 푼수다 싶을 정도로 명랑한 사람이거든요.” 사실 그 내면이 더 걱정스러운 건 예쁜 사람들이 아니라 못생겼다는 콤플렉스로 배배 꼬여 있는 사람들이다. 박한별은 적어도 발랄하고 가식이 없다는 점에서 그 내면도 예쁜 사람이다. “사실 제가 정말 듣고 싶은 말은 매력 있다는 말이에요. 예쁜데 매력 없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노력하면 언젠가 그런 말을 들을 수 있게 될까요?” 아마도. <바자>와의 이번 화보를 통해 처음 본 박한별의 묘한 매력이 이미 그 서막을 증명한 것일 테니. 

 더 자세한 내용은 바자 8월호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에디터  김경 

Photographed by Lee Gun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