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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11.28]아트선재센터 불타는 스테이지 커튼을 올려라

제이스요가 2009. 8. 5. 23:32

날것 그대로 보여주련다

‘불타는 스테이지 커튼을 올려라’. 카바레에서 열리는 댄스파티 같기도 하고, 등급외전용관 개관기념 성인영화 한바탕인 듯도 하다. 복합문화공간 아트선재센터가 공연쪽 기획으로 처음 마련한 이 무대(11월28일 오후 7시, 29일 오후 5시)는 제목부터 뭔가 수상한 냄새를 풍긴다.

‘불타는 스테이지…’는 아트선재센터가 우리 공연판이 지닌 한계와 악습을 깨보겠다고 나서며 연 대안공간이다. 학교를 따지고, 문하생을 고르고, 수상경력을 쳐주는 기존 공연기획 세계엔 발을 들여놓기 어려운 젊고 신선한 목소리를 한껏 밀어주겠다는 마당이다. 15분쯤 자유무대를 꾸릴 수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공연기획서를 내고 공개 심사를 받아 ‘재미’있으면 발표 기회를 준다는 기준 외엔 아무 조건도 달지 않았다. ‘재미난’ 실험무대인 셈이다. 요리사, 영화감독, 패션디자이너, 가수, 무용가, 화가 등으로 이뤄진 심사위원단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다. 비전공자들이 일반 관객 수준의 눈으로 이들 생판 처음 보는 출연자들을 만나는 것, 심사위원들이 재미있다고 미는 팀에 무대를 제공하는 것, 이것이 ‘불타는 스테이지…’가 자랑하는 화력이다.

지난 11월19일 시연회에서 선보인 8개 출연팀은 화려한 프로필이나 거창한 수상경력 등으로 치장한 기존 공연판 사람들과 달랐다. 연극, 춤, 행위예술, 힙합 등 장르도 가지가지였다. 54팀 지원자 중에서 뽑힌 이들이 제출한 이력서엔 학력이나 경력이 없다. 대신 보여줄 무대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과 느낌들이 거침없는 말투로 적혀 있다.

“우리는 예술인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딴따라 또한 더더욱 아니다. 우리는 새로운 힙합문화에 대한 메신저이다… 틀에 박힌 정석에서 탈피하여 마음대로 움직이고, 생각나는 대로 지껄여대는….”

11명으로 이뤄진 댄스그룹 DMC가 내세운 ‘우리가 춤추는 이유’는 발랄하면서도 ‘발칙’하다. 예술인도 아니고, 딴따라도 아니라는 건 그들이 기성세대가 갈라놓은 고급·대중문화 잣대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처럼 들린다. 순수하게 자유와 열정의 ‘힙합 정신’을 전하는 전사로서만 남겠다는 그들이 보여준 무대 역시 건강하고 패기만만했다.

진소원, 김태희 두명이 짝을 이룬 춤공연 ‘몸’은 소박하게 몸 자체를 이용한 점이 돋보였다. 튼튼하게 생긴 두 무용수가 온몸을 긁거나 비비기 시작해 곡예 같은 몸짓으로 넘어갔다가 권투장의 권투선수, 달리기 선수처럼 시합하다가 마지막에 태극기를 내거는 마무리는 ‘춤입네’ 하지 않는 스스럼없는 ‘천박함’이 아름다웠다.

가장 튀는 무대는 김구루씨가 보여준 행위예술이었다. 화면에 비추는 반복적인 소리와 몸짓들이 무대 위에서 동시진행되는 소리와 몸짓(마이크를 쪽쪽 빠는)과 겹치면서 평범하되 평범하지 않은 일상적 태도들이 불거졌다.

황신혜밴드 멤버였다가 아트선재센터 공연팀으로 옮겨 이번 ‘불타는 스테이지…’를 만든 조윤석씨는 “앞으로 한해 두번씩 이 무대를 열어 기성 공연판에 새 바람을 불어넣는 힘있는 흐름을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문의: 02-733-8945(교 233).